초가집 / 奇德文 (淸谷 宇德)
초가집 지붕은 둥그렇다
어머니의 젖무덤처럼
하얀 박꽃이 두 손 모아 보듬고 놀고
참새들이 꼬막 발로 간지럽히고 논다
해마다 늦가을이면 새 옷으로
갈아입는다
이엉을 엮어서 지붕을 이고
용마름으로 덮고
마루에 발을 치고 방에 누워서
부채질만 하여도
여름은 시원했고
화롯불 하나 방 가운데 놓고
호롱불 아래서 책을 읽어도
겨울밤은 따뜻했다
초가집에서 보는 하늘은 높고 푸르고
고추잠자리 날으니 한가롭기
그지없다
이제는
고향에 가도 보이지 않는다
눈을 감아야 보인다
내 고향 초가집.
♡ 1년 지나면 초가 지붕이 썩기 때문에
늦가을에 새 볏짚으로 만든 이엉과 용마름으로
지붕을 바꿔주는 것을 '지붕을 인다'고 한다.
아버지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.
이제 초가집은 낙안읍성이나 민속촌 등에서나
볼 수 있다. * 청곡 기우덕(덕문~곡성)